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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06-07시즌 LBJ를 회상하며- 운명을 개척한 한 번의 시합


 


 08-09시즌을 기점으로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는 리그에서 첫 손가락에 손꼽히는 강팀, 그리고 지역 내에서 홈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프로 스포츠 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입단한 이래, 팀을 위해서 노력해온 모든 사람들의 수고가 드디어 뜻 깊은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NBA 리그 1위, 시즌 홈 최다승, 홈 최다 관중, 팀 창단 이후 최다 승 기록 등 팀과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한 클리블랜드는 이제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해서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시즌 클리블랜드의 최대 이슈는 모 윌리엄스의 영입이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맸던 클리블랜드의 공격 2옵션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선택된 것은 다름 아닌 밀워키에서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거듭난 모윌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 선택을 좋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항간에는 지금의 좋은 결과를 보고 '우연히 로또 대박 터진 게 아니냐'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 윌리엄스의 영입과 함께 올 시즌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는 하나의 팀으로써 새로이 태어났다. 즐겁고 끈끈한 분위기,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 매너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는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이 재조명 받게 된 선수가 다름 아닌 르브론 제임스 자신이다.
 이전에 그에 대한 평가는 '팀 전력의 80%', '혼자 잘 해야하는 선수', '안쓰러운 팀의 유일한 버팀목' 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늘 항상 훌륭했고, 압도적이었지만 팀은 그러지 못했다. 리그에서 주목받는 것은 언제나 그 자신 뿐이었고 팀은 항상 르브론에 비해 부족한 모습으로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그는 리그의 다른 팀과 상대팀 팬들에게 항상 부러움과 함께 동정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 선수였다. 개인 실력은 훌륭한데, 팀이 받쳐주질 못한다.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이 뛰기에는 너무나 작은 우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가 리그 정상을 차지한 지금, 팀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르브론의 위상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의 힘으로 팀을 성장시킨 팀의 리더'. 그 '위대한 옵션'의 첫 단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가 뛰어 놀기에 너무 작아보였던 그 우물을 자신의 힘으로 넓혀 큰 우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의 리더쉽은 팀이 정상에 오른 지금, 시즌MVP를 수상하며 다시 재조명받고 더욱 높게 평가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NBA의 모든 팬들에게 데뷔 이후 항상 최고, 탄탄대로의 길만을 걸어왔던 르브론 같아 보이지만, 그에게도 어렵고 힘들고 암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야말로 르브론의 농구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던 시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바로 06-07시즌이었다. 


 05-06시즌 데뷔 3년 만에 MVP득표 2위, 득점 3위, 평균 31-7-6을 기록한 역대 네번째 선수, 생애 첫 올스타 MVP 수상 등 갖가지 기록을 써나간 제임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워싱턴을 고전 끝에 겨우 격파하고 2라운드에서 정규 시즌 우승팀 디트로이트를 만나게 된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수비 하나로 정상을 차지한 리그 최강의 수비팀이었고, 당시 어느 팀에서도 내놓지 못했던 르브론에 대한 수비 해법의 한 단면을 제시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바로 비교적 단순한 르브론의 공격 루트를 미리 열고 함정 수비를 펼침으로써 르브론을 고립시키는 작전이었다. 일부러 르브론에게 왼쪽 돌파를 허용하는 프린스, 골밑에서 헬프로 고립시키는 라쉬드와 벤 월레스 듀오, 그리고 패싱 루트를 차단하는 해밀튼과 빌럽스까지 정말 완벽에 가까운 팀 디펜스 능력을 보여주며  르브론을 좌절시켰다. 물론 르브론도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는 등 원맨쇼를 보여주었지만 2년차 르브론은 점프슛, 자유투 능력 부족, 스크린과 닥돌(닥치고 돌파)을 이용한 공격 루트 단순화라는 자기 능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특별한 팀 보강 없이 맡게 된 06-07 시즌. 디트로이트가 제시한 수비 해법이 다른 팀들에도 적용된 것일까. 르브론의 개인 성적이 전년도와 대비해서 엄청난 하락세를 보이게 된다. 평균 31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9경기 연속 35점 이상 기록, 40득점 이상 10차례, 50점 2차례, 트리플 더블 5차례 등 엄청난 개인 기록을 쏟아냈던 전년도와는 달리 평균 득점은 4점 가량 하락, 트리플 더블도 단 한 차례, 40득점 이상도 단 한 번, 그것도 41득점으로 시즌 막판에 겨우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생각해보면 당시 득점 루트는 스크린을 이용한 닥돌 또는 오픈 상태에서 3점이나 터프샷, 속공을 제외하면 오프볼 무브먼트를 이용한 공격 방식이나 포스트업 등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였으니 그 정도 한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쯤 대두됐던 것이 바로 '르브론 2인자 설'이었다. 아직도 필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그 잔인한 이론은 바로 르브론의 상징이자 가장 특화된 능력인 이타적인 게임 방식, 즉 득점보다는 패스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르브론의 플레이스타일을 거론하며 르브론은 팀의 리더나 에이스인 1인자 역할 보다는 레이커스나 다른 에이스가 있는 팀에 가서 2인자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 골자였다. 거기에는 이른 바 '르브론 새가슴 설'이라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었는데, 그 바탕에는 데뷔 이후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부족한 자유투 능력이 한 몫 크게 거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것은 소수 의견에 불과했지만, 4쿼터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자유투를 놓치는 르브론, 패스를 선택하는 르브론, 슛을 실패하는 르브론의 모습이 보이면 보일수록 그 이론은 점점 힘을 받고 있었다.


 거기에는 마이크 브라운 감독의 팀 리 모델링이 또 한 몫 거들었는데, 공격, 속공, 얼리 오펜스 위주의 전년도와는 달리 하프코트 오펜스, 철저한 팀 디펜스를 강조하며 팀 스타일을 개편한 것이었다. 과정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개인 기록이 하향한 르브론, 얼리 오펜스에 강한 래리 휴즈, 운동 능력을 상실한 z맨에 이르기까지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블랜드는 결과적으로 디트로이트에 이어서 동부 2위의 정규 시즌 성적을 받아들었다. 극심했던 서고 동저가 그 이유였다. 클리블랜드에게 운이 따른 것이다.


 그리하여 플레이오프 1,2라운드에서 비교적 약체팀이었던 워싱턴 위저즈와 뉴저지 네츠를 난전 끝에 물리친 클리블랜드는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운명의 숙적 디트로이트를 또 한 번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그 시리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될 동안에도 계속되었던 르브론 새가슴 논란은 컨퍼런스 파이널 1,2차전을 연패하며 더욱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르브론의 점퍼는 부정확하고 기복이 있는 편이었고, 디트로이트의 돌파 수비는 완벽했다. 미숙한 포스트업과 거의 안 하다시피 하는 오프 볼 무브먼트, 안쓰러운 자유투, 그 어느 하나 르브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팀은 개편으로 인해 전년보다 나아진 수비력을 선보이며 선전했지만, 르브론의 힘이 없이는 디트로이트를 꺾는다는 사실 자체가 설정 불가능이었다. 


 1차전 마지막 동점 내지 역전 찬스에서 외곽에 비어있던 다니엘 마샬에게 완벽한 오픈 찬스를 제공했지만 마샬이 그 슛을 실패하며 패배했다. 비난의 화살은 르브론에게로 향했다. 왜 직접 슛을 하지 않았는가. 조던이었다면, 코비였다면, 웨이드였다면 그런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해결했을 것이다. 르브론은 고작 10득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2차전 거친 파울성 수비를 당해가며 슛을 던졌지만 그런 슛이 들어갈리 만무했다. 래리 휴즈가 리바운드를 잡아 다시 슛을 던졌지만 그마저도 무위로 돌아가며 또 다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역시 비난의 화살은 르브론에게 향했다. 점퍼의 비중이 너무 낮다. 심지어는 자유투 시도도 없다. 르브론은 고작 19득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르브론은 인터뷰를 통해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해 언급하며 "그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그것이 바로 killer instinct, 킬러 본능, 즉 중요한 순간 득점을 자신의 손으로 성공시키고야 마는 그 집중력과 의지였고, 그것이 자신에게 부족한 약점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약점을 잘 인지할수록 그 약점을 극복해내는 속도 또한 빠르다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3차전, 르브론의 득점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비록 폼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중장거리 점퍼를 성공시켰고, 포스트업을 이용한 1대1 득점 등 공격 루트의 다양화를 꾀했다. 결과는 대략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리처드 해밀튼을 앞에 놓고 꽂아 넣은 풀업 점프슛은 그의 믹스의 단골 레파토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는 32득점을 기록했다. 4차전까지 여세를 몰아 25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운명의 5차전. 클리블랜드로써도, 디트로이트로써도 파이널에 진출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양팀 모두에게서 숨 막히는 열정과 의지가 느껴졌다. 르브론 제임스는 3쿼터 종료까지 19점을 기록하며 평범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생각한 대로 전부 실천할 수 있고, 또한 실현해낼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르브론은 그대로 해내었다. 


 4쿼터, NBA 최고의 수비수라는 테이션 프린스의 영광스런 칭호를 그대로 허공에 날려보내며 르브론 제임스의 역사적인 득점쇼가 시작되었다. 수비가 잠시만 정신을 팔아도 그 빈틈으로 여지없이 파고들어 덩크와 더블 클러치를 날린다. 수비가 거리를 조금만 벌려 놓아도 거침없이 점프슛을 성공시킨다. 자유투마저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그가 공을 잡은 순간 수비수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코비도, 웨이드도, 조던도 갖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없었던 그것. 킬러 본능. 그것이 그의 안에서 불씨가 피어올라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누구보다 밝게, 강하게. 그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소름끼치는 득점 퍼포먼스를 매 장면 연출해내며 4쿼터 동점 덩크와 1차 연장 득점, 2차 연장 종료 직전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역전 더블 클러치까지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팀의 마지막 30점 중 29점 득점, 25점 연속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그는 팀을 창단 역사상 최초 파이널 진출로 이끌었다.


 
<06-07 NBA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 르브론 제임스 하이라이트>







 그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새가슴 논란도, 2인자 논란도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그 이후로 그 어느 누구도 르브론의 능력에 의문 부호를 붙이지 않았다. 그는 단 한 경기 만에 자신을 지켜보던 온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것이다. 더 이상 그에게는 이타적, 이기적 플레이라는 상호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제「경기를 지배하는가, 못하는가」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 르브론은 공격 루트의 단순화를 점점 줄이고 렉 쓰루-크로스 오버 등 드리블을 이용한 수비의 공간 벌리기 이후 점퍼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의 공격 또한 그 끝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거기다 압둘 자바를 벤치마킹한 포스트업 이후 훅슛이나 페이더웨이, 점점 늘어나는 오프볼 무브먼트를 이용한 수비의 빈틈 찌르기, 특히 하프라인 근처에서 던지는 버저비터 장거리 3점은 이제 그의 전매특허가 될 전망이다. 겉으로 보이는 공격 루트의 수만 따져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거기다 원래 그 자신의 최대 장기 중 하나였던 패스는 더 강해진 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날마다 초A급 레이져 패스를 뿌려대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락, 스틸 전 부분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한 차원을 뛰어넘어선 새로운 선수로 진화한 느낌이다.


 필자는 그것이 06-07시즌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운명의 5차전이 그를 새로운 차원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그 시즌 파이널에서 샌 안토니오를 맞아 4-0으로 전패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값진 경험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그 때를 기억하며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위대한 일들이 일어나는 건, 너의 목표가 오로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것을 향할 때이다."



 이제 그는 또 한 번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도전의 끝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우리가 여태껏 보지 못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We are all witne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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