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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A 08-09 시즌, 보스턴 셀틱스가 14연승으로 NBA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3게임을 진행하는 동안의 성적은 무려 21승 2패. 홈과 어웨이 경기에서 단 1패씩만을 기록하고, 승률이 무려 90%가 넘는 등, 셀틱스는 더이상 경쟁자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이번 시즌 무서운 독주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빅3를 앞세우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유망주인 레이존 론도와 켄드릭 퍼킨스, 벤치 에이스인 토니 알렌과 에디 하우스, 리온 포우 등 팀 내 모든 선수가 자신의 롤을 충실히 수행하며 NBA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무적과도 같아 보이는 보스턴의 턱 밑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어, 그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팀이 있다. 그것이 바로 '킹' 제임스가 이끄는 동부의 떠오르는 새로운 강자,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다.

그간 클리블랜드는 약체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천운과도 같은 기회로 03년 드래프트 1순위를 잡아, 르브론 제임스를 지명하며 착실히 팀의 리빌딩을 진행해왔다. 팀내 터줏대감이자 최고참인 지드루나스 일거스커스와 르브론을 중심으로 그간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트레이드하며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로 따진다면 그리 좋은 결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올스타급 빅맨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했던 부저는 유타 재즈와 계약을 맺었고, 마이클 레드를 영입할 수 있다던 기대도 무너졌다. 뿐만 아니라 르브론의 훌륭한 백코트 조력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래리 휴즈는 몸값만 높여 놓은 채로 단 한 번도 팬과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드류 구든, 다니엘 마샬 등 골밑을 지탱해주길 바랬던 빅맨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급성장에 급성장을 거듭해 리그 3년차도 채 되지 않아 리그를 쥐락펴락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에 힘입어 클리블랜드는 10년 전과 더불어 안정적인 플레이오프 컨텐더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시즌인 07-08시즌, 시애틀, 시카고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그간 연봉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던 래리 휴즈와 드류 구든, 다니엘 마샬 등을 처분하고 올스타급 빅맨인 벤 월레스와 월리 저비악, 뛰어난 유망주 델론테 웨스트 등을 영입한 것이다. 특히, 벤 월레스의 영입은 그간 클리블랜드의 약점 중 하나였던 골밑 수비와 보드 장악에 큰 힘을 보태줄 것이라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성기가 지난 벤 월레스는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월리 저비악이나 웨스트 등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르브론의 원맨팀이었고, 결국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빅3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클리블랜드는 르브론 원맨팀의 한계를 절감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르브론의 새로운 조력자를 모색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에 알맞는 퍼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밀워키 벅스의 올스타급 가드인 모 윌리엄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모 윌리엄스의 영입은 당장 프리 시즌에 결과를 드러냈다. 클리블랜드의 프리시즌을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고, 실제로 르브론 제임스는 예전과는 다른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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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윌리엄스는 스스로 공격을 만들수도, 그리고 르브론의 패스를 받아 슛으로 마무리 지을수도 있는 공격력을 갖춘 포인트 가드다. 윌리엄스는 클리블랜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르브론이 돌파해서 킥아웃을 했을때 그것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지어줄 슈터와 르브론이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때 대신 공격을 이끌어줄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였고, 비록 클리블랜드는 08-09시즌 초반 보스턴 셀틱스와 뉴올리언스 호네츠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단숨에 11연승을 올리며 승률 전체 2위로 우뚝 선 것이다.


 윌리엄스의 영입은 클리블랜드의 게임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쳤다. 슈팅력이 뛰어나 르브론 제임스가 돌파를 해서 공격을 주도할 때는 위크 사이드에 위치해 르브론에게 수비가 몰리는 것을 막거나 그의 패스를 받아 3점슛으로 마무리를 짓고, 르브론이 쉬고 있을 때는 스스로 돌파를 해서 득점을 올리거나 팀원들의 득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 르브론의 공격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곧 르브론이 공격에서 비축한 나머지 에너지를 수비에 쏟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르브론의 올 시즌 수비력이 한층 강화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난 샬럿 밥캣츠와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백투백 경기에서 각팀의 주득점원인 제럴드 월레스와
대니 그레인져를 각각 1득점과 4득점으로 완전히 락다운 시켜버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윌리엄스 영입 효과는 그 뿐만이 아니다. 그간 리딩 가드의 부족으로 포인트 가드 역할을 수행하던 델론테 웨스트는 윌리엄스의 영입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슈팅 가드 포지션에서 뛰게 되었고, 그것은 곧 자신감으로, 자신감은 곧 뛰어난 성적으로 이어졌다. 웨스트는 22경기에서 선발 출장해, 평균 11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필드골 성공률 47%, 3점 성공률 40%를 기록하고 있다. 뛰어난 외곽슛과 함께 수비력도 좋아서,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신뢰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또한 그간 공격력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던 안데르손 바레장 또한 이번 시즌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고, 월레스와 저비악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클리블랜드의 전력은 예년과 로스터의 큰 변화없이도 성장한 모습이다. 그뿐만 아니라 르브론 또한 그동안 약점 중 하나였던 자유투를 개선하는데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차 약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클리블랜드는 현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존재, 그의 부담을 덜어줄 올스타 가드 모 윌리엄스와 외곽슛에 힘을 보태고 있는 웨스트와 깁슨, 저비악, 되살아난 빅벤과 바레장, z맨이 버티고 있는 든든한 골밑까지 강팀이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 클리블랜드가 현재 11연승과 함께 홈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20승 3패로 보스턴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선수와 구단, 팬들 모두가 스스로 강팀이 되기를 원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서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다면?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어느 정도 우승을 바라볼만한 전력은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직접적으로 보스터이나 레이커스의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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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첫번째 이유는,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라는 희대의 강팀들의 존재다.
물론 클리블랜드가 그들을 물리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작년 시즌, 클리블랜드는 모 윌리엄스가 없어도 두 팀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었다. 천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 팀을 만났을 때 르브론 제임스의 활약은 대단했고, 특히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는 르브론 제임스의 원맨쇼로 보스턴 셀틱스를 7차전 벼랑 끝까지 몰고 갔었다. 그러나 여전히 클리블랜드의 전력은 그 두 팀에 비해서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 치르고 몇 주, 몇 달 씩 시간이 흐른 뒤에 또 한 경기씩 치르는 정규 시즌에서라면 클리블랜드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7게임을 연속으로 치르는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단기전 레이스는 물론 변수가 많아 쉽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좀 더 전력이 안정된 쪽이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어가기 마련이다.

 보스턴 셀틱스는 빅3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자 롤을 맡아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벤치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레이커스는 리그 베스트 플레이어 코비 브라이언트와 엘리트 빅맨 콤비인 가솔-바이넘에 오돔을 필두로 한 리그 최고의 벤치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그들에 비해서 벤치 멤버가 약한 편이다. 물론 바레장과 깁슨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저비악은 기복이 심한 편이고, 다넬 잭슨과 JJ 힉슨은 미숙한 신인일 뿐이다. 거기에 사샤의 최근 컨디션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클리블랜드의 벤치 멤버는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플레이오프나 파이널에서 만날 유력한 두 팀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들에 비해서도 뛰어나다거나 풍부하다고 말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는 수비력이다.
물론 클리블랜드의 수비는 마이크 브라운 감독 체제하에서 그간 많은 발전을 이루어낸 것이 사실이다. 마이크 브라운 감독은 고집스럽게 수비 중심의 농구를 선택해서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것은 곧 사그라들었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평균 103점 득점에 89점의 실점을 보이며 득실점 마진 14점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리바운드 마진 또한 +5.5개로 리그 최고의 리바운드 팀의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클리블랜드의 수비에도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바로 상대 가드에 대한 수비다. 현재 주전 슈팅 가드로 출전하는 델론테 웨스트는 수비가 좋은 선수다. 그러나 신장이 작아 상대 장신 가드의 포스트업은 당할 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 리그는 스윙맨의 전성시대고, 따라서 강팀이 불리는 팀들, 특히 LA 레이커스는 포스트업, 페이스업에 모두 능한 슈팅 가드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 윌리엄스는 수비가 좋은 선수가 아니다.


 세번째 이유는 위와 연결되어, 올 시즌 패배한 상대 세 팀 모두 레이존 론도, 크리스 폴, 앨런 아이버슨이라는 돌파에 능한 가드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을 상대로 수비에서 무너지며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 팀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팀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 세 팀은 클리블랜드가 우승을 향해 전진할 때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팀들이고 이 팀들을 만난 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클리블랜드가 11연승을 하는 동안 만난 팀들 중 어느 팀도 클리블랜드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만한 상대는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팀 성적이 좋은 것은 순전히 대진운이 좋아서가 아니냐'라는 말을 듣는다면 딱히 말할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약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리그에서 클리블랜드와 비교될 만한 팀과의 경기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분명히 맘에 걸리는 일이다. 클리블랜드가 가드 수비를 더욱 보강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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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 이유는 확실한 조력자의 존재여부다.
르브론 제임스는 올 시즌 MVP 1순위로 거론되는 명실공히 최고의 선수다. 그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클리블랜드는 충분히 리그에서 위협적인 팀이다. 거기에 모 윌리엄스의 영입으로 매끄러워진 클리블랜드의 공격 메커니즘은 클리블랜드가 확실히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간 우승팀의 면모를 살펴보면 일명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들외에도 흔히 조력자라 부르는 뛰어난 선수들이 늘 항상 그들의 뒤를 보좌해왔다. 2000년대로만 따져도 샤킬 오닐의 우승 당시에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드웨인 웨이드는 거꾸로 샤킬 오닐이, 팀 던컨의 옆에는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가, 보스턴에는 아예 폴 피어스, 레이 알렌, 케빈 가넷이라는 걸출한 스타 3인방이 있었다. 이들 모두 서로가 서로에 비교했을 때 서로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명성과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들이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고 플레이를 할 때의 파급 효과는 원맨팀의 에이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분명 지금의 르브론도 모 윌리엄스라는 좋은 조력자를 가졌다. 윌리엄스의 영향이 굉장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전력으로써 평가하는 것은 위의 예와 비교해봤을 때 많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르브론이 당장 올 시즌 우승뿐만 아니라 그 너머 장기적인 클리블랜드 다이너스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2,3옵션의 역할을 담당할 조력자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간 클리블랜드의 팬들이 부저의 유타행과 마이클 레드, 마이크 비비를 영입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 속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모 윌리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2%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로 현 클리블랜드 로스터 내에서는 사샤 파블로비치라고 생각한다. 사샤 파블로비치는 상대 장신 가드를 막을 수 있는 사이즈와 수비력에 백인답게 걸출한 외곽슛 능력도 보유한 선수다. 게다가 나이도 아직 어리다. 개인적으로는 파블로비치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본인의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충분히 르브론의 조력자 또는 클리블랜드의 마지막 주춧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작년 계약 문제 이후로 본인의 컨디션을 못 찾고, 마인드에도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 빨리 본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또 그게 아니라면 저비악의 계약 만료를 이용해 트레이드 또는 FA영입을 통해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데니 페리 단장의 능력을 믿을 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은 저비악을 이용해 z맨의 뒤를 이어줄 엘리트 빅맨을 영입하는 것이다. 그 일이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2010년 대에 위용을 떨칠 새로운 강호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NBA는 벌써부터 2010년 시즌이 끝난 이후 르브론의 행보에 대해서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르브론 자신 또한 그 행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르브론이 선택할 팀은 빅마켓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팀이 우승에 더 근접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에서는 현재로썬 확실히 클리블랜드의 압승이다. 따라서 르브론이 클리블랜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써 남을 확률 또한 그 어느 팀보다 높은 상황이다. 어느덧 리그 6년차의 베테랑이 된 르브론으로써 현재 최대 선결 과제는 소속팀의 우승일 것이고, 클리블랜드는 그를 보조하여 착실히 그 길을 열어가고 있다. 2010년대를 이끌어갈 선두에는 르브론이 있을 것이고, 곧 클리블랜드 다이너스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의 대돌풍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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